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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석 칼럼] 홈랜드, 기억과 감정
[김호석 칼럼] 홈랜드, 기억과 감정
  • 김호석 기자
  • 승인 2019.05.08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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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홈랜드' 공식 포스터
드라마 '홈랜드' 공식 포스터

[디포인트 = 김호석 기자] 죽은 줄 알았던 가족이 살아 돌아온다면 당연히 기쁠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지났다는 것이다. 8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아내는 다른 남자가 생기고, 아들은 아버지의 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며 딸도 마찬가지로 가물가물하다. 과연 이 남자는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맞을까.

<홈랜드>는 쇼타임에서 제작한 첩보 스릴러 시리즈이다. 이라크에서 사망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해병대 니콜라스 브로디가 8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어 귀향하게 된다. CIA는 물론 전국적으로 영웅으로 대접받게 되지만, CIA 요원 캐리 매티슨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정보원이 죽기 전에 ‘미국인 포로가 돌아섰다’라고 알려준 뒤 브로디가 구조된 것이다. 하지만 8년 만에 귀향한 영웅을 멋대로 감시할 수 없었고, 캐리는 멋대로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홈랜드>의 파일럿 에피소드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의 간극이 만들어낸 가족관계와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브로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물론 브로디 가족의 모습일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8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다. 심지어 PTSD 증상도 보이며, 온몸의 상처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순간적으로 사람을 흠칫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드라마 '홈랜드' 이미지
드라마 '홈랜드' 이미지

아내인 제시카에게 그러한 상황들은 고통일 것이다. 남편이 죽은 것으로 알았고, 긴 시간에 걸쳐 그것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남편의 친구였고 자신과 가족을 보살펴주었던 마이크와도 합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남편이 없는 삶이 정상이 되어있던 차에 남편이 돌아온 것이다.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이 정상이었던 삶이 비정상이 되어버리고, 도덕적이건 감정적이건 그것을 감내해야 한다. 이러한 뒤틀린 상황은 모두에게 적용된다.

브로디 가족이 다시 만나기 전에도 딸인 데이나가 동생 크리스에게 아버지가 기억나냐고 묻는다. 너무 어렸던 크리스는 아버지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딸도 그런 아버지가 어색하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를 더 집중하게 만든다.

<홈랜드>의 이러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새롭고 참신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이야기는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도우며, 새로운 경험의 한 가지 방법이다. 문제는 그 사건의 당위성이다. 만약 <홈랜드>에서 브로디와 캐리의 대립 구도만 집중했다면, 에미상이나 골든글러브에서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등 여러 가지 상과 흥행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이라는 최소한의 틀과 국가의 큰 사건이 유기적으로 얽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홈랜드>의 파일럿 에피소드는 그러한 여지를 충분히 주었으며, 다음 화가 기다려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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