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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석 칼럼] 체르노빌, 끔찍한 재앙의 여러 얼굴
[변종석 칼럼] 체르노빌, 끔찍한 재앙의 여러 얼굴
  • 변종석 기자
  • 승인 2019.06.24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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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체르노빌' 공식 포스터
드라마 '체르노빌' 공식 포스터

[디포인트 = 변종석 기자] 예를 들어 어떤 한 분야의 선구자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남들보다 뛰어난 안목과 식견, 그리고 경험으로 만들어진 선구자의 지식과 깨달음은 상당한 권위를 가진다. 문제는 자신이 옳다는 오만한 자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가 평평했다 말해던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고, 세균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학계에서 인지하고 있을 때도 나름 선구자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세균이 절대 질병과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옹졸한 자세다. 이 세상에 ‘절대’란 없는 것이다.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외쳐봐도, 그것은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헛소리일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후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숨기는 행위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계속해서 숨기고 왜곡했다면 문명의 발전도 느려졌을 것이다. 또한, 세균이 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숨겨왔다면, 콜레라 이후의 더욱 끔찍한 재앙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이는 <체르노빌>에서 보여준 사고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HBO 미니시리즈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원전 사건이라는 끔찍한 재앙을 담은 드라마다. 1986년 5월 소련에서 일어난 원자력 재해에 관련된 사건을 각색했으며, 주로 재해를 초래한 사람들과 이에 대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는 단순히 큰 사건을 막는 천재 과학자나 군인의 영웅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 현장에서 조치했던 소방관, 주요 터널을 굴착하던 인부 등등 재해 현장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끔찍한 재앙을 숨기고 은폐함으로 벌어지는 최악의 결과를 보여준다.

드라마 '체르노빌' 이미지
드라마 '체르노빌' 이미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과 모습과 달리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에겐 끔찍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사건이 발생하고 곧바로 대피령을 내렸어야했지만, 그들은 사건의 상황을 축소히키고 은폐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를 봉쇄해서 정보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조치한다. 우리는 방사능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 일본에서 터진 원전 사고로 인해 수산 먹거리로 인한 공방까지 오간 사이다. 1945년 8월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었고, 2011년에 터진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 사고까지 근거리에서 겪었던 우리로선 은근히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핵전쟁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제작된 매체도 많기에, 지금으로선 ‘방사능은 위험해!’가 당연시된다.

드라마 '체르노빌' 이미지
드라마 '체르노빌' 이미지

이것이 <체르노빌>이 큰 인기를 끌게 돈 원인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서 안다. 그것이 어떤 작용을 통해 발생하거나 세세한 증상 등은 모를지언정, 위험하다는 것은 충분히 안다. 그러니 구태여 원자력의 위험성이나 두려움을 극에서 보여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완벽한 인재라고 평가받는 체르노빌 사건에 인간의 이기심, 자신의 안위만 챙기고 심지어 은폐하는 추잡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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