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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 - 변종석 기자
[전문가 칼럼]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 - 변종석 기자
  • 변종석 기자
  • 승인 2020.05.19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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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 공식 포스터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 공식 포스터

[디포인트 = 변종석 기자] 태양만큼이나 인류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도 별로 없다. 기본적인 인간, 아울러 지구의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당장 태양이 사라진다면 일단 지구는 극심한 추위에 휩싸일 것이다. 거기에 광합성으로 살아가던 식물이 전멸하고, 이후 생태계는 무너질 것이다. 애초에 먹을 것이 문제가 아니라 광합성으로 생산되던 공기도 사라질 것이고, 태양의 인력이 사라진다면 어딘지 모를 곳으로 지구는 날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듯 태양이란 생명이 이어지는 기본 조건인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이야기를 제쳐두고도 오랜 시간 인류는 태양을 신격화했다. 이집트의 라, 켈트 신화에선 루 라바다, 그리스의 헬리오스, 북유럽에선 솔 등등 거기에 기독교는 태양을 예수의 상징으로 삼기도 했다. 문화권마다 그려지는 이미지도 이름도 다양했다. 다양한 만큼 의미하는 바는 달랐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생명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태양이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 이미지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 이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어둠 속으로>는 넷플릭스 최초로 벨기에에서 제작된 아포칼립스 스릴러 시리즈이다. 폴란드의 작가 야체크 두카이의 SF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어둠 속으로>는 갑자기 모든 생명을 죽이기 시작한 태양 빛을 피해 서쪽으로 이동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둠 속으로>는 나토에서 태양의 비밀을 알게 된 군인이 무력으로 비행기를 하이잭킹하며 시작한다. 각자의 이유로 비행기에 탑승한 승무원과 승객들은 갑작스러운 비행에 당황하게 되는데, 그들은 생존을 위해 비행기에 연료를 채우며 서쪽으로 비행하게 된다.

<어둠 속으로>의 흥미로운 점은 죽는 장면이 나오질 않는다는 점이다. 기내에서 벌어지는 사고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이 나올 때가 있지만, 죽음의 광선으로 변한 태양 빛에 죽는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미 사망한 사람이 등장하지만, 외견으로는 그리 끔찍한 죽음으론 보이지 않는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사망자의 입을 열었을 때, ‘전자레인지에 구워진 것 같다’고 표현할 뿐이다.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 이미지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 이미지

보통 태양빛이 공포의 대상이라면, 태양빛에 죽어가는 사람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실물로 한 번 보여줌으로써 그게 어떤 효과를 주고, 공포감을 가시화하기 때문이다. 좀비 영화에서 실시간으로 좀비로 변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둠 속으로>는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공포감을 더 고조시킨다.

생명의 상징이었던 태양이 죽음의 상징이 되어버렸지만, 그것을 확인할 길은 없다. 철저하게 생존자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러한 장면은 실제로 우리가 그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위기를 해결하려는 대통령이나 과학자도 없다. 애초에 지하 벙커에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죽어버리는 것이다.

자연재해가 두려운 것은 다들 잘 알고 있다. 해일이나 홍수, 갑작스러운 빙하기, 가뭄 등등 우리가 떠올리는 상황은 어찌됐든 생존의 가능성이 보이기라도 한다. 하지만 지하 벙커까지 침투하는 태양빛이 주는 공포는 여타 작품들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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