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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A to Z] 한국 드라마, 글로벌 위상 높아지는데 제작환경 선진화는 갈길 멀어
[K-드라마 A to Z] 한국 드라마, 글로벌 위상 높아지는데 제작환경 선진화는 갈길 멀어
  • 이은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8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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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포인트 = 이은성 칼럼니스트] 드라마 촬영 스태프 대다수가 비정규직에다 외주 제작에 의존하는 K-드라마의 열악한 제작 환경과 장시간 고된 노동이 화근이 돼 발생하는 각종 현장사고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는 한류 신드롬을 일으키며 글로벌 입지가 갈수록 높아지는 K-드라마의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다.

드라마 제작은 방송사가 외주 제작사와 프로그램 제작·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외주 제작사가 연출팀, 촬영팀, 제작팀 등과 도급계약을 맺어 진행된다. 연출팀 등의 팀장은 스태프 개인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는 일종의 다단계 하도급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방송작가유니온, 비방금지, 전국언론노동조합, 청년유니온 등의 단체가 CJ ENM 앞에서 진행한 플래시몹 시위 모습 / 사진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방송작가유니온, 비방금지, 전국언론노동조합, 청년유니온 등의 단체가 CJ ENM 앞에서 진행한 플래시몹 시위 모습 / 사진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

◇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인권

K-드라마의 열악한 제작환경과 촬영 스태프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의 유형은 상상을 초월한다.

제작 스태프들은 방송국과 제작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20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통상 드라마 제작기간이 6개월 이내이므로 이 기간 동안 스태프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위탁계약이라는 다단계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스태프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서 장시간 촬영과 고된 노동에 내몰려 필연적으로 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시청률 20%를 넘기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KBS ‘동백꽃 필 무렵’의 경우, 제작 당시 살인적인 노동시간에도 제작사는 스태프들에게 업무위탁계약을 강요하면서 드라마 제작 기간 내내 미계약 상태로 촬영을 진행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건으로 등장해 따가운 질책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업무위탁계약이라는 꼼수로 근로기준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드라마 제작사들의 행태는 스태프들의 노동인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무리한 촬영 일정과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인재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스태프가 제작사의 요구에 따라 용역계약서를 작성하고 일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산재처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제작비를 아끼고자 하는 욕심이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노동권 희생을 강요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방송스태프노조 영화산업노조 합동 기자회견 모습 / 사진 = 영화산업노조 제공
방송스태프노조 영화산업노조 합동 기자회견 모습 / 사진 = 영화산업노조 제공

◇ 표류중인 표준근로계약서 의무화

드라마 촬영 스태프들이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제작 과정에서 산업재해나 법정 분쟁을 겪을 땐 개인 책임을 지는 불합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스태프와 제작사‧방송사간 표준근로계약서 체결이 의무화 돼야한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 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 체결 의무화는 요원하다.

지난해 지상파 드라마 업계에서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인건비 기준 도입 합의가 이뤄졌지만 현실화 되지는 않았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전국언론노조, 지상파 3사,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모인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는 지난해 6월 드라마 제작환경 가이드라인 기본사항에 합의했지만 결국 무산된 것이다.

당시 제작환경 가이드라인 기본사항의 골자는 지상파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태프에게 표준근로계약서를 마련하고 표준인건비 기준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또 주 52시간 근로제에 상응하는 근로시간 단축과 제작 현장별 종사자 협의체 구성 약속도 포함됐다.

하지만 막판에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스태프 수요가 증가로 인한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합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의 이 같은 조치는 드라마 스태프는 프리랜서 아닌 노동자라고 판단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7월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 종사하는 스태프 184명 중 137명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노동자로 인정된 스태프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노동부의 이 같은 판단은 대다수 스태프가 외주 제작사나 분야별 특정팀과 근로계약 대신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해 노동시간 제한을 포함한 노동법의 보호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명목상 프리랜서인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 다수가 실질적으로는 노동자라는 점을 노동부가 인정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노동부는 "팀장급 스태프와 팀원이 체결하는 계약은 형식적으로는 업무위탁계약이지만, 팀장급 스태프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용·종속 관계에 있어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즉 외주 제작사가 스태프와 직접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도 업무위탁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계약에 해당한다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다만 노동부는 "외주 제작사와 감독·PD 등 팀장급 스태프가 체결하는 계약은, 팀장급 스태프가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 책임하에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외주제작 가이드라인 제도화

K-드라마 수요는 해외까지 확산되며 다양화 되고 있지만 국내 드라마 외주제작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외주제작 시장 변화와 외주제도 개선과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7년간 지상파 방송국은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의무비율을 적용받으며 방송영상 제작사와 함께 외주제작의 주요 주체로 기능해왔지만 최근 외주제작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고서는 “대부분 방송영상제작사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며, 양극화 구조 심화로 외주제작 비용이 충분히 책정되지 않고 공정성 수준이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외주제작사 28개(5.1%)가 전체 방송영상제작사 매출의 59.2%인 8454억원을 점유하고 있는 반면 매출액 10억원 미만인 업체 358개(64.6%)가 전체 방송영상제작사 매출의 7.0%에 불과한 993억원을 점유하고 있는 양극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드라마 외주제작사와 방송사업자 간의 불공정한 관계를 방송법 개정을 통한제도 개선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외주제작사와 방송사업자 간의 거래조건에 저작권 수익배분과 표준제작비, 최저임금 준수, 주 52시간 노동 등의 현안을 포함시킨 가이드라인에 합의해 정부의 승인을 받는 등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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