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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옴니버스 드라마 ‘필립 K. 딕의 일렉트릭 드림스 : 더 후드 메이커’
[전문가 칼럼] 옴니버스 드라마 ‘필립 K. 딕의 일렉트릭 드림스 : 더 후드 메이커’
  • 이진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14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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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드라마 ‘필립 K. 딕의 일렉트릭 드림스 : 더 후드 메이커’ 메인 포스터
옴니버스 드라마 ‘필립 K. 딕의 일렉트릭 드림스 : 더 후드 메이커’ 메인 포스터

[디포인트 = 이진영 칼럼니스트] 만약 인간의 손가락이 날카로운 가위와 같다고 생각해보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날이 서 있고, 나이프 대용으로 쓰던가 물건을 자를 때도 요긴할 것이다. 그리고 가위는 발명되지 않았지 않을까. 혹은 텔레파시가 가능하다면 전화기도 발명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텔레파시가 있다면 어떨까. 멀리 있는 사람과 이야기가 가능했다면, 확실한 것은 지금의 전화기와는 많이 달랐으리라는 점이다.

<필립 K. 딕의 일렉트릭 드림스>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더 후드 메이커>는 앞선 에피소드와 달리 과학이 그다지 발달하지 못한 세상을 그리고 있다. 특히 통신 쪽에서는 전화가 발명되지 못하고, 티프라 불리는 돌연변이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일종의 인터넷 통신망처럼 서로 연결된 티프들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도 있었고, 같은 티프끼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는 등 인터넷과 닮아있다. 극은 경찰 수사관으로 일하게 된 티프 어너와 그녀의 파트너 로스의 이야기다.

문제는 자유롭게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는 티프는 혐오의 대상이었고, 티프를 몰아내고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 결국 텔레파시를 막아내는 두건을 이용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하자 어너와 로스는 후드의 비밀을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

옴니버스 드라마 ‘필립 K. 딕의 일렉트릭 드림스 : 더 후드 메이커’ 이미지
옴니버스 드라마 ‘필립 K. 딕의 일렉트릭 드림스 : 더 후드 메이커’ 이미지

돌연변이 인간이 과학 기술을 대신한다는 설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발명은 필요로 인해 생겨나는 행위다. 무언가를 쉽게 자르고 싶어 칼과 가위가 생겨났고, 멀리 있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이야기하고 싶기에 전화가 생겨났다. 만약 티프같은 존재가 현실에도 존재한다면, 세상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정보를 전달할 때 인간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전화가 발명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보의 공유가 제한적인 상황일 것이고, 자연스레 <더 후드 메이커>의 세상은 낙후한 과학 기술을 보유한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능력을 힘을 가진 단체나 정부가 관리하고, 생각을 읽어낸다면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흥미로운 설정과 배경을 두고, 어너와 로스의 관계는 진부하기 그지없다. 같이 활동을 하게 된 남녀 파트너가 사랑에 빠지고, 서로 숨기고 있는 비밀이 막바지에 드러난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더 후드 메이커>는 기묘한 배경과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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