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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석의 Insert] 미국 드라마 ‘저주받은 소녀’
[변종석의 Insert] 미국 드라마 ‘저주받은 소녀’
  • 변종석 기자
  • 승인 2020.09.02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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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저주받은 소녀’ 방영 화면 갈무리
미국 드라마 ‘저주받은 소녀’ 방영 화면 갈무리

[디포인트 = 변종석 기자] 무분별한 침략자이자 정복자인 영국이 ‘신사의 나라’라는 어처구니 별명으로 불리는 데는 독일의 역할이 크다. 워낙 엄청난 일을 저지른 독일 때문에 이전의 ‘위대한’ 업적들이 빛바랜 사진처럼 잊혀버린 것이다. 영국은 매일 아침에 일어나 독일 쪽으로 매일 감사 인사를 올려도 부족하겠지만, 거기에 더 운이 좋아서 상당히 매력적인 전설까지 가지고 있다. 바로 아서 왕 전설이다. 아서 왕 전설은 문학부터 시작해서 만화나 드라마, 영화까지 끊임없이 재창작되고 있다. 워낙 관련 작품이 많은지라 아서 왕 전설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도 사람마다 다를 정도다. 그러나 꼭 바뀌지 않는 점은 있다. 바로 엑스칼리버다. 검을 얻게 되는 과정이나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제각각이겠지만, 엑스칼리버가 왕의 상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에 다룰 시리즈는 미국에서 제작된 <저주받은 소녀>다. 만화 <씬시티>로 유명한 프랭크 밀러와 톰 휠러가 그린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저주받은 소녀>는 아서 왕 전설의 등장인물인 니무에가 주인공인 드라마다. 아서왕에게 검을 전달했던 호수의 요정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미 유명한 이야기가 아닌, 그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듯한 설정은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어떠한 ‘이야기’에서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주받은 소녀>의 파일럿 에피소드는 실망적이다. 아서 왕의 검을 직접 사용해서 여왕이 된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새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너무나도 평범하다. 저주를 받은 페이 소녀 니무에는 마을을 떠나기 위해 떠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던 배편은 이미 떠나버린 후였고, 결국 다시 마을로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페이 족을 학살하는 레드 팔라딘들이 마을을 습격한 것이다. 십자군처럼 갑옷을 입은 사람들도 아니고, 붉은 로브를 입은 수도사같은 사람들이 도끼와 칼을 들고 사람들을 도륙 낸다. 결국, 니무에의 어머니가 죽어가며 마법사 멀린에게 전달하라며 마법의 검을 맡기게 된다.

원작을 볼 수 없었기에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어떤 식으로 표현된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원작을 제대로 따른 것인지, 혹은 새롭게 연출한 것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정수리 머리칼을 깎고 십자가 모양 인두로 지진 화상 흉터를 남긴 수도자들이 등장한다. 붉은 로브를 입은 이 레드 팔라딘들의 모습은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갑옷은 둘째 치고, 구태여 왜 붉은 로브를 입었는지도 의문이고, 체계적인 전투를 벌이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마을을 습격하여 사람들을 학살할 때도 문제다. 팔라딘 한 명이 사람을 공격할 때, 반격을 당한다. 문제는 옆에서 뻔히 자신의 동료가 죽어감에도 그걸 돕지 않고 지나친다던가, 학살이 목적인지 감금할 생각인지 모를 행동 등 너무 어설프다. 게다가 가장 문제 되는 점은 아서 왕이다. 정치지리학 적으로 보았을 때, 도대체 어떻게 브리튼 왕이 흑인이 될 수 있냐는 점이다.

반미치광이로 보이는 멀린을 연기한 배우는 <바이킹스>에서 플로키를 연기한 구스타프 스카스가드가 매력적으로 표현했으며, 마법 검을 운반할 운명을 받게 된 니무에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서 비밀스럽고 안타까운 해나 베이커 역을 소화한 캐서린 랭퍼드가 맡았다. <저주받은 소녀>는 원제처럼 저주를 받았는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배우들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수준 낮은 연출을 보여준다. 부디 이후의 에피소드들은 매력적인 이야기가 진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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