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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석의 Insert] 애니메이션 시리즈 ‘일본침몰’
[변종석의 Insert] 애니메이션 시리즈 ‘일본침몰’
  • 박현우 기자
  • 승인 2020.10.08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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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시리즈 ‘일본침몰’ 메인 포스터
애니메이션 시리즈 ‘일본침몰’ 메인 포스터

[디포인트 = 변종석 기자] <일본침몰>에 대한 미디어들은 모두 코마츠 샤코라는 일본의 SF 작가의 동명 소설로부터 시작한 미디어믹스다. 일본이 지진 등으로 침몰하여 멸망한다는 이야기 덕분에 반일 감정을 가진 몇몇 개인들에게는 상당히 통쾌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온난화로 수면이 상승하는 것이 아닌 이상, 지각 변동으로 일본이 침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극적인 소재가 바로 옆 나라인 한국에서 관심이 생기지 않을 리 없는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몇 차례 영화와 드라마화된 <일본침몰> 이야기는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리메이크 되었다. 애니메이션이 앞선 미디어와 다른 점은 확연히 다른 주인공이다. 일본의 침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들과 달리 평범한 가족이라는 점이다. <일본침몰> 애니메이션의 파일럿 에피소드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지진으로 도쿄가 쑥대밭이 된다.

주인공인 무토 가족은 평범한 가족이기에 재난 상황에 휘말린 일반인들의 모습이 묘사된다. 달리기 훈련 중이던 아유무는 지진이 발생하자 집으로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다가 변을 당한다. 무너지 건물 잔해에서 홀로 도망치던 아유무는 신사에서 뿜어져 빛을 발견한다. 아버지가 정원을 장식했던 빛과 흡사한 것을 보고 곧바로 그곳으로 달려가게 되고, 건설 현장에서 생환한 아버지가 만나게 된다. 그리고 빛에 이끌리듯 남동생 고우와 귀국해서 돌아온 엄마까지 함께 가족이 모이게 된다. 그들은 산 밑에서 물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계획을 하게 된다.

<일본침몰>의 원작에서 일본이 침몰하고 한국이나 중국 등의 나라들이 일본 난민의 수용을 거부할 때,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에 제대로 된 사죄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었느냐고 묻는 내용이 나온다. 이러한 모습이 원작자인 코마츠 샤코가 깨어있는 지식인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승자의 여유나 다름없었다. 70년대는 일본이 동아시아를 넘어 아시아의 최강 국가였으며, 어디까지나 교만한 태도임에 틀림없었다.

애초에 이런 내용인 현재 들어갔다면 일본의 우익 단체에서 몰매를 맞았겠지만, <일본침몰> 애니메이션 파일럿 에피소드만 보아도 극우들이 싫어할 내용이 가득하다. 재난 첫날부터 먹을 것을 두고 으르렁거리는 일본인들과 학교 동료를 놓고 도망치는 주인공,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며 지진 중에도 살아있는 SNS 라인 등등 우매하고 무능한 일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웃기게도 마지막에는 일본이 최고야, 같은 이상한 결말로 돌아간다.

처음 적나라하게 상황들을 보여주는 고어한 장면들에 인상이 찡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재난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상당히 잘 그려낸 것은 장점이다. 문제는 그 뒤에 깔리는 BGM이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클래식풍의 BGM이 들려오는데, 건물이 무너지고 폭발하며 화염에 휩싸인다. 헬기에서 사람이 떨어지고, 뭉개지는 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러면서 노래는 희망차고 잔잔하게 흘러나오니, 불편한 골짜기를 느끼듯 혐오감이 치솟는다.

재난 장르를 좋아하거나, 일종의 통쾌감을 위해 일본이 침몰하는 모습이 보고 싶더라도 <일본침몰> 애니메이션은 정말 추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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