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1-20 23:19 (수)
[전문가 칼럼] 미국 SF 스릴러 ‘데브스’ - 이진영 칼럼니스트
[전문가 칼럼] 미국 SF 스릴러 ‘데브스’ - 이진영 칼럼니스트
  • 이진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8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SF 스릴러 ‘데브스’ 메인 포스터
미국 SF 스릴러 ‘데브스’ 메인 포스터

[디포인트 = 이진영 칼럼니스트] 원인과 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어떠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그 원인을 찾고자 노력한다. 어째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이유도 모르고 벌어진 일에 우리는 큰 당혹감을 느낀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 두 명의 살인마가 있다. 둘 다 사람을 잔혹하게 살인한 사람인데, 아무리 잔혹한 살인마라도 그 살인의 이유와 원인이 있을 때, 우리는 그다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제 코앞에 있다면 다르겠지만, 이미 잡혀 언론에 집중되고 있을 때라면 그다지 두렵지 않다. 아, 저래서 살인을 저질렀구나,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원인이 없을 때다. 우리는 원인 없는 살인마를 사이코패스 등으로 표현하는데, 원인이나 이유도 없이 마구잡이로 살인을 저지르는 상대는 도저히 우리가 이해하기 힘들다.

앞서 이야기한 이유 있는 살인마처럼 경찰에 잡혀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스산한 공포를 느낄 때가 많다. 도저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원인을 안다고 해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느냐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러한 질문을 고개를 흔들 것이다. 그럼에도 원인을 찾게 되는 것이다.

미국 SF 스릴러 ‘데브스’
미국 SF 스릴러 ‘데브스’

<데브스>는 FX on Hulu 채널에서 2020년 3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방영된 SF 스릴러 미니 시리즈이다. 우리나라는 왓챠를 통해 독점 공개된 <데브스>는 <엑스 마티나>와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의 감독인 알렉스 갈랜드가 각본과 프로듀서,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극은 AI 프로그래머 세르게이가 IT기업 어마야의 비밀부서인 Devs로 발령받으며 시작된다. 세르게이는 선충을 데이터화시켜 뉴런을 지도화하여 행동을 예측하는 실험을 어마야의 CEO 포리스트에게 선보인다. 포리스트는 세르게이의 실험 이후 데브스 부서로 오기를 권한다. 세르게이가 어떠한 정보도 밖에 알려져선 안 되는 데브스로 첫 출근 후,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후 어마야에 같이 근무하던 여자친구 릴리가 그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데브스>는 SF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이다. 양자학에 따른 다중세계, 결정론, 그리고 자유의 의지 등의 상당히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요소들이 모습을 보인다. 특히 처음 세르게이가 회충의 미래를 예견하는 장면은 상당히 결정론을 어필한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으며, 원인에 따라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결정론을 과학적으로 상당히 잘 어필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생물의 원인, DNA가 아닐까. 그 중에서도 신경 세포인 뉴런을 지도화해서 파악하고, 그것을 토대로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다.

비록 단순한 회충에 30초 정도일 뿐이겠지만, 세르게이는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면 더욱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또한, 갑자기 사라진 세르게이의 휴대폰에서 숨겨진 앱을 발견한 릴리는 전 남자친구 제이미를 찾아간다. 부탁하기 전, 제이미는 릴리가 갑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진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고, 결국 헤어진 이야기를 한다. 원인을 알지 못하는 공포, 어째서 사라졌는지 모를 세르게이. 그리고 밝혀지는 데브스에 대한 비밀. 비록 치밀하게 계산되고 실제로 있을 법하거나, 앞으로 벌어질 만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개념들을 직접적이나 간적적으로 설명해주며 진행되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드라마가 끌린다면, <데브스>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