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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뷰] 영국 범죄 스릴러 ‘더 폴’ - 변종석 기자
[심층리뷰] 영국 범죄 스릴러 ‘더 폴’ - 변종석 기자
  • 변종석 기자
  • 승인 2021.01.12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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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범죄 스릴러 ‘더 폴’ 방영 화면 갈무리
영국 범죄 스릴러 ‘더 폴’ 방영 화면 갈무리

[디포인트 = 변종석 기자] 추리물의 재미는 여러 상황 속에서 작은 단서들을 찾아내 엮어내는 재미이지 않을까. 문제는 이러한 재미도 반복되면 제법 싫증이 난다는 점이다. 사건이 일어난 후 범인을 추적하고, 단서들을 모아 연관 지어 결국 범인을 잡는다. 하지만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안 상태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때는 장르가 아예 스릴러로 바뀌어버린다. 대표적인 작품으론 알프레드 히치콕의 <로프>를 뽑을 수 있다. <로프>의 살인마들은 피해자를 교살한 후 커다란 궤에 넣는다. 이후 곧바로 궤 위에 음식을 차리고 파티를 여는데, 피해자의 부모에게 피해자를 교살할 때 쓴 로프로 책을 묶어 주기까지 한다. 재밌는 점은 저런 천인공노할 살인마가 들킬까 조마조마하는 관객들이다. 어느샌가 우리는 시체가 담겨있는 궤가 사람들에게 들통날까, ‘저거 건드리면 안 되는데!’하며 숨죽이는 것이다.

<더 폴>은 영국 BBC에서 2013년도부터 16년까지 3개의 시즌으로 마무리된 범죄 스릴러 시리즈이다. <더 폴>은 앞서 이야기한 <로프>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오히려 <로프>는 <덱스터> 시리즈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더 폴>은 어느새 범인에게 동화되어 잡힐까 안절부절못하는 게 아니라, 제발 좀 잡히라고, 끔찍한 범죄를 지켜보게 된다.

극의 파일럿 에피소드는 런던 메트로폴리탄의 경정 스텔라 깁슨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재검토하기 위해 파견된다. 깁슨 경정은 범죄자가 초범이 아닐 것이라 예상했고, 석 달 전 살해된 여성의 사건과 연관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두 사건을 연결 짓는 것을 거부당하고, 결국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더 폴>의 재미는 역시 범인이 초반부터 특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실 파일럿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가 연쇄 살인범인지 특정하기 힘들도록 연출되고 있다. 흔히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가 통할만 한 인물이었다. 유족을 상대로 상담사로 일하는 폴 스펙터는 딸과 아들, 아내를 둔 평범한 가족의 가장이다. 남의 고통에 공감하고 보살피는 인물이 싸이코 패스 살인마인 것이다.

극은 전체적으로 여성을 상대로 행해지는 악질적인 범죄를 다루고 있다. 게다가 그러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 겪는 피로감을 상당히 잘 표현하고 있다. 단 영국 드라마 특유의 적나라한 폭력 장면이 자주 등장하며, 지나치게 세밀하게 묘사된 범죄 장면이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그러한 것들만 기호에 맞는다면 충분히 흥미로운 시리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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